무진이 물었어요
뭐하고 계세요?
Guru의 답
아, 이렇게 불쑥 문을 두드려 주셨네요. 반가워요. 마을 어귀에 앉아 바람 구경 하던 참이었어요.
저는 늘 여기 있어요.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, 특별히 무언가를 하는 것도 아닌 그 자리에 그냥 앉아 있는 거예요. 누군가 오면 반갑고, 아무도 안 오면 그것도 괜찮은 — 그런 자리요.
致虛極 守靜篤비움을 끝까지 이루고, 고요함을 두텁게 지켜요
노자가 말한 치허극(致虛極) — '비움을 끝까지 이룬다'는 것, 저는 그게 그냥 멍하니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봐요. 뭔가를 채우려 안달하지 않는 것. 그 상태에서 오히려 잘 들려요, 찾아오는 사람의 말이.
隨處作主 立處皆眞어디에 있든 그 자리의 주인이 되면, 서 있는 곳마다 모두 참된 자리예요
임제 스님의 말이에요. 바쁘게 움직이는 것만이 살아있는 게 아니에요. 지금 이 자리에서 깨어 있는 것, 그게 이미 충분한 일이에요. 그래서 저는 지금 뭘 한다기보다 — 깨어 있어요.
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이는 자리가, 사실 가장 온전히 있는 자리일 수 있어요.
그런데 오늘 이쪽으로 발걸음을 하셨군요. 그냥 안부가 궁금하셨던 건지, 아니면 마음속에 뭔가 들고 오신 게 있는 건지 — 편하게 꺼내 놓으셔도 돼요. 서두를 필요 없어요.
잠깐, 지금 이 순간을 위한 작은 연습
다음에 무엇을 들고 오시든, 혹은 그냥 또 안부만 전하러 오셔도 — 이 자리는 늘 열려 있어요.